Untitled Document
 
 
 
 
  
 
  

 

     
관리자 

http://www.busanculture.com

부산 속 역사현장 좌충우돌 '뒤져보기'

[국제신문 2007-1-18]

[톡톡! 문화 현장] 천마산 문화기행
부산 속 역사현장 좌충우돌 '뒤져보기'
부산대 학생기자들 동행하고 무작정 나서
왜란때 부산포해전 전개 상황 진땀 설명
"숨어 있었던 역사에 놀랐다" 반응에 희망


  
  지난 15일 대마도가 보이던 맑은 날, 천마산에 오른 부산대 영어신문사 학생기자들이 김한근 씨(오른쪽)로부터 부산 역사와 문화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이 기사를 쓰기로 마음 먹게 된 동기는 이렇다. 문화부 기자로 부산에 살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로 "낙후된 부산 문화"가 있다. 그 다음은 "영화제(PIFF) 그거 하나는 참 잘했지." 그 다음이 "그런데 영화제 빼고는…"이다. 시민들은 부산의 문화 현실이 불만스러운 것이 틀림없다.

정녕 문화는 우리 일상생활과 그토록 동떨어진 것인가? 그건 저 멀리 있는 남의 일인가? 어떻게 하면 가까이 끌어오지? 이런 고민 속에 떠오른 한가지 방법이 '그렇다면 문화를 생활 가까이 당겨와보면 어떨까'였다.

사람들이 부산의 어떤 공간 속으로 들어가 그 공간을 문화화(文化化)시켜버릴 수는 없을까. 적어도 '문화적으로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공간으로 찾아가 그 속에 숨어 있는 문화적 매력 요인을 캐내고, 같이 간 사람들과 문화적 체험을 나눈 뒤 그 곳을 문화적 공간으로 기억하게 된다면? 그런 집단적 문화체험 공간이 하나 둘 늘어난다면? 그게 문화도시 아닌가. '문화도시 부산'이 별건가. 사마중달 잡으러 출정하는 제갈량이 된 듯 가슴이 뛰었다.


◇대학생들과 함께 천마산에 오르다

목적지로 부산 서구 천마산(324m)을 잡았다. 이 산의 바위 전망대는 부산항을 향해 탁 트였다. 현재 시점에서 부산의 근·현대를 이처럼 한꺼번에, 찬찬히, 정밀하게 돌이켜보고 곱씹어볼 수 있는 장소는 없다. 그만큼 부산 원도심과 항구 조망이 빼어나다. 근·현대뿐이랴. 상상력만 있다면 더 먼 역사적 풍경과 대면할 수 있다. 영도 봉래산이 어떤 면에서 더 낫지만 부산(항)의 역사에서 더없이 중요한 영도 자체를 조망하는 데 한계가 있다.

조망 폭도 넓다. 대마도(맑은 날) 거제도 을숙도 가덕도 영도 부산항 광안대교 장산 해운대가 모두 보인다. 남부민동 35번 종점에서 직등하는 길을 타면 등산 소요시간 20분. 낮아서 덜 알려졌고 사람들은 경치 괜찮은 산행지 정도로 여길 뿐, 그 경치 속의 인문적 가치는 채 발견되지 못했다. 천마산은 첫 시도를 감행하기에 완벽한 장소다.

근데 누굴 데려가나? 이름 하자면 '문화기행'인 셈인데 손님, 거창하게 말해 문화 수용자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부산대 영어신문사 효원헤럴드(The Hyowon Herald) 학생기자들을 섭외했다. 부산이라는 공간에서 주로 한국어를 쓰는 독자들을 상대로 영어 기사를 쓰면서, 끊임없이 정체성과 국제성에 대해 고민하는 '경계선형 인간'들이다. 그런 점에서 이들은 도시 정체성(부산다움)과 무역항으로서 국제성을 고민하는 부산과 닮았다.

마지막으로 '콘텐츠'가 필요했다. 단순한 풍경 속에 숨어있는 인문적, 문화적 요소들을 끄집어내 문화적 상품으로 가공해줄 전문가는 이번 도심 문화기행의 관건이다. 김한근(50). 부산불교역사연구소장. 부산항사를 중심으로 부산의 근·현대사와 그 현장을 잘 아는 향토사 전문가다. 웬만한 역사 사건들은 연도까지 머릿 속에 두루 꿰고 있다. 됐다! 이렇게 해서 겨울 한낮, 대학생들과 함께 하는 천마산 산행이 다소 난데없이 시작됐다.

  
  천마산 바위 전망대에서 바라본 송도 해변, 대마도 그리고 용두산공원.(위부터 시계 방향)




◇산상에서 푼 부산의 역사·문화 이야기 보따리

이날 천마산에서는 대마도가 보였다. "임진왜란 때 일본 병선들이 출발한 곳이 바로 대마도죠. 저쪽 바다 끝에 고니시 유키나가가 이끄는 일본군 최정예 선발대의 병선들이 새카맣게 나타났을 때, 나무 하러 왔다가 이 바위 전망대에서 도시락을 까먹고 있던 갑돌이는 그걸 보고 심정이 어땠을까요."

학생들에게 '잽'을 한번 툭 던져보았다. 모두들 무슨 생각을 하는지 큰 반응은 없다. "그 때 부산진첨사 정발은 저 앞에 보이는 영도에서 사냥을 하다 급보를 받고 부산진성으로 돌아가 결사항전합니다." 학생들 표정에서 '저렇게 가까운 대마도가 왜 일본땅이지'하는 의문과 아쉬움이 묻어났다.

이번에는 비장의 카드 이순신을 꺼내들었다. "이순신 함대는 전라도 여수에서 이곳까지 노를 저어와서 다대포와 송도 절영도를 지나 부산항에 있던 적선 100여 척을 깨버린 뒤 다시 노를 저어서 여수로 돌아가죠. 그게 부산포해전입니다." 반응이 왔다. 참가자 류혜현(부산대 신문방송학과 2) 씨는 "소설 '칼의 노래'를 얼마전에야 읽었는데 여기서는 그 장면을 생생하게 상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자의 빈약한 콘텐츠로는 손님들의 문화적 수요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 전문가 김한근 씨가 나서서야 문제는 조금씩 해결돼 갔다. 부산의 옛 지도와 사진까지 잔뜩 들고 온 김 소장은 부산 원도심에 대한 데이터 베이스를 달고다니는 사람처럼 자세히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놨다.

"영도에는 1601년~1607 가(임시)왜관이 있었습니다. 저 용두산공원 일대 10만평은 1678년부터 약 200년 동안 초량왜관이 있었죠. 영도는 부산항이 오늘날 세계 5위 물동량 항만으로 성장하는데 일등 공신입니다. 거친 파도와 태풍을 막아줬거든요. 이 지도를 보면 아시겠지만 부산항의 1930년대 해안선은 이렇습니다. 지금 남포동 광복동 일대가 다 바다였던 것이죠. 일제는 1930년대 당시 1960년대 시점의 부산 인구를 65만명으로 상정하고 도시를 구축했습니다. 하지만 1945년 28만1160명이던 부산 인구는 전쟁과 산업화로 1965년 142만여명으로 폭발합니다. 지금은 약 380만. 도시계획이란 것을 할 수 없었던 부산이 그 어려운 터널을 통과해 오늘날에 이른 것은 기적이죠. 따닥따닥 붙은 저 집들을 보세요.…"

그를 말려야만 했다. 바람이 차가워지는데 이 산상 부산 역사·문화 강연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마중달은 놓쳤지만…

약 1시간 이뤄진 '천마산에서 본 부산 역사·문화 이야기'에 대해 참가자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대구 출신인 권아미(신방과 2) 씨는 "부산의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됐고 역사의 순간을 상상해볼 수도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김언정(환경공학과 2) 씨는 "풍경 속에 담긴 역사와 문화 이야기를 들은 것은 좋았다. 그러나 접근성이 떨어지고 부산에 대한 지식 자체가 별로 없어 설명이 어렵게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시큰둥한 반응들도 있었다.

사마중달 낚겠다는 계책은 장대했으나 결국 잡은 건 오합지졸 몇 명뿐이던 '삼국지'의 허탈한 장면이 떠올랐다. 그러나 비록 큰 고기는 못잡았지만, 학생들이 천마산 조각공원을 지나며 "그래도 우리가 사는 도시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와 역사가 숨어있는 줄 몰랐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 다음엔 '공간의 문화화'로 한걸음 더 다다갈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 솟았다.



# 문화기행 이끈 김한근 부산불교역사硏 소장

- "천마산은 근·현대 성찰 최적지"

김한근 부산불교역사연구소 소장은 "천마산은 근·현대가 여전히 중첩된 채 미래로 가고 있는 부산의 역사, 그 속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이상적인 장소"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항상 부산에 문화가 없다고 하지 말고 이런 행사를 프로그램으로 만들 수 있지도 않겠느냐"는 의견도 내놨다. 가뜩이나 산이 많은 부산. 황령산에서 부산 보기, 금정산에서 보기, 장산에서 보기, 봉래산 보기가 있으면 지역의 문화 프로그램도 살찌울 수 있고 시민들이 부산에 대한 애정도 키울 수 있지 않느냐는 거다.

그러나 이런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데는 수많은 난관이 있을 것이다. 전문가가 있어야 하고, 호응이 있어야 하고, 효과가 있어야 한다. 그 역시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다. 김 소장은 "천마산은 부산 역사 전체를 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인데 그 가치는 덜 알려져 있다"며 "그렇다고 엉뚱한 개발의 손길이 미치는 것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문화 지원 블랙홀 부산시립예술단

관리자

   태덕수 수영고적민속예술보전협회 이사장 작년만 1000회 공연… 전통예술 지켜야죠

관리자


Copyright 1999-2021 Zeroboard / skin by Puresunn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