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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엄마, 책 읽기 싫어하는 아이

[오마이뉴스 2006-05-01] 책 읽는 엄마, 책 읽기 싫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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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2006-05-01]
책 읽는 엄마, 책 읽기 싫어하는 아이

흔히들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아이들이 책을 읽지 않을 경우 아이들에게만 책을 읽으라고 할 것이 아니라 부모가 먼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라고 말한다. 부모들이 읽으면 자연히 아이들도 읽게 된다고.

때문에 개그맨 김용만씨는 '책, 책, 책을 읽읍시다' 코너를 진행할 당시 책 읽는 부모의 모습이 중요함을 깨닫고 건성으로라도 아이가 볼 때는 책 읽는 시늉을 했었다며 농담반 진담반의 고백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두말할 것 없이 부모가 아이에게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무교육의 교육으로 효과만점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 부분에도 예외가 있는지 우리 집 큰애는 그 예외에 속한다. 내 경우 태교를 떠나 저절로 집중이 잘 되어 두 아이를 임신 중일 때와 녀석들이 갓난쟁이일 때는 책을 많이 읽었다. 그 시절엔 항상 책이 딸렸는데 요새는 읽어야 할 책들은 자꾸 쌓이는데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그래도 어쨌거나 내가 읽고 있는 책은 항상 내 집 이곳저곳으로 나의 동선을 따라 이동한다. 때문에 큰애는 항상 내가 읽고 있는 책 제목을 자연스레 한번씩은 읽어보곤 한다. 어떨 땐 '엄마는 아직도 이 책 읽고 있나? 벌써 언제부터 읽은 기이고…'하면서 핀잔을 준다.

그런가 하면, 큰애의 친구들이 놀러 왔을 때 녀석들은 책 읽는 아줌마가 기이한지 독특한 시선으로 볼 때가 있다. '거참, 아줌마들도 책을 읽는 거야? 그런 거야?' 하여간 책 읽는 모습은 본인은 물론 보는 상대방들로 하여금도 안정감을 주는 것 같다.

그런데, 내 집 큰애는 엄마인 내가 책을 지지부진하게 읽는다고 핀잔만 줄 뿐 도무지 책을 읽으려 하지 않는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나도 좋고 아이들에게도 좋고' 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엄마, 심심해 죽겠어. 뭐 할까?"

"동화책 읽어."

"그런 것 말고."

"그러면 그냥, 니 맘대로 놀아."

아이는 읽어보지도 않고 책 읽는 것은 따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어렸을 때는 아무리 책이 좋다 해도 실물보다 못하겠고 또 앉아서 책 보는 것보다는 몸을 움직이는 것이 더 좋다 생각하여 서점엘 가도 내 책은 사도 아이 책은 별로 사주지 않았다.

유일한 것이 "달팽이 과학 동화 전집"이었다. 달팽이 과학 동화 전집을 샀을 때는 마침 아이가 한글을 막 배울 때라 스스로 읽는 것이 아니라 내가 대신 읽어줬다. 한동안 달팽이 과학 동화를 거듭거듭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읽어주어서 읽어줌에 한계가 왔을 즈음 아이 또한 한글을 얼추 다 알게 되었다.

그래서 얼씨구나, '이제 니도 한글을 깨쳤으니 시험 삼아 스스로 읽어라, 엄니는 더 이상 못혀' 하면서 아이를 향한 읽기 서비스를 졸업하였다. 그런데 나만 졸업이 아니라 녀석마저 졸업이었다. 글을 깨우치고 나서 스스로 한 자 한 자 읽으면 무척 재미있을 것인데 내 아이는 그런 재미를 몰랐다. 대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과 함께 시도 때도 없이 옛날 얘기 타령이었다.

"엄마, 옛날 얘기 해줘."

"옛날 얘기는 낮에 하면 재미없다. 밤에 해줄게."

그래서 잠자리에 들 때면 늘 음악을 배경으로 깔고 옛날 얘기를 해주곤 하였다. 그런데 그 옛날 얘기도 몇 년 하니 지겨워지기도 하였을 뿐더러, 무엇보다 녀석이 심심은 하면서도 책은 통 읽으려 하지 않아 마냥 그대로 두고 볼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읽기 싫어하면 읽어주는 것도…

'도대체 이 녀석을 어떻게 하지?' 궁리를 하다 옳거니, 내가 일괄적으로 한번 쭉 읽어보려 했던 명작동화를 나 혼자 읽을 게 아니라 녀석에게 들려주면서 읽으면? 어쩜 책 읽기 싫어하는 내 아이에겐 그게 정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닌 게 아니라, 아이는 친구들이 학원 간 사이를 유독 심심해 했다. 그때마다 나는 동화책 타령을 하는데 허사였다. 때문에 못 읽어도 최소 매일 동화책 한 쪽은 소리 내어 읽어야 밥 먹을 자격이 있다고 협박하여 마지못해 읽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읽어서 어느 천 년에 책 한 권을 다 읽을 것이며 내용 또한 이해할 것인가 말이다.

아무튼 그리하여, 어제 실험적으로, '정 읽기 싫으면 엄마가 읽어 줄 터이니 너는 들어' 하면서 녀석이 겨우 몇 장째 읽고 있는 <어린 왕자>를 처음부터 다시 읽어주었다. 이제 겨우 8살인데 <어린왕자>에서 재미를 느낄 수가 있을까 의심을 하면서 속도를 좀 빨리하여 술술술 읽어주니 우려와는 달리 반응이 왔다.

"더 읽어줘?"

"응, 재미있다. 계속 읽어라."

"목 아프다."

"그래도…."

"그래 가는 데까지 가보자."

그렇게 하여 읽다보니 70여 쪽을 읽게 되었다. "어린 왕자"의 마침 쪽수를 보니 156쪽이었다. 그러니까, 조금 더 읽는다 치면 이틀에 한 권 정도는 읽어 줄 수 있는 셈이 되었다. 뭐, 이틀에 한 권?

아이에게 맡겼다간 '어느 천 년에'였는데 이틀에 한 권이라. 갑자기 승부욕이 불타면서 매일 저녁 아이가 펼 상상의 나래를 생각하니 흥분이 되었다. 그러면서 또 하나의 물음표가 그려졌는데….

그런데, 이 녀석 명작동화 한 질 '읽어 받고' 나면 책 읽는 소년이 될까? 그래도 책 읽는 소년이 안 되면 그 때 가서는 또 무슨 수를 써야 하지?

정명희 (poksur2)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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