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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안 보기

[동아일보 2006-05-01]
[횡설수설/홍찬식] TV 안 보기

‘TV를 끄고 인생을 켜자.’ 1994년 결성된 미국의 ‘TV 끄기 네트워크’가 내건 구호다. TV가 빼앗아간 가족 대화, 취미생활, 사색, 독서시간을 되찾으려는 결의가 느껴진다. 한국에도 TV 안 보기 시민모임이 지난해 발족됐다. 이들이 1일부터 7일까지 TV 안 보기 운동을 벌이면서 내건 구호는 ‘TV는 먼 곳에, 사랑은 내 곁에’로 정해졌다. 가정의 달을 맞아 일주일만이라도 ‘TV 없는 생활’을 하면서 집안의 변화를 체험해 보자는 것이다.

▷이 모임이 만든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 보면 거실의 TV를 하얀 천으로 완전히 덮어버린 사진이 올려져 있다. 이렇게 해서라도 TV 시청을 끊어 보자는 호소다. TV를 안 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EBS가 2004년 12월 방영한 다큐멘터리 ‘TV 끄고 살아 보기’에서 잘 나타난다. 이 프로에는 전국에서 131가구가 참여했으나 1년여가 지난 뒤에도 계속 TV를 안 보는 집은 한 가구뿐이었다.

▷TV를 시청하고 있는 동안 인간의 두뇌 상태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실험한 결과가 있다. 처음 30분 동안은 판단력과 각성도가 유지됐으나 이후에는 정신적 자극에 둔감한 멍한 상태로 바뀌었다. 하릴없이 TV를 쳐다보고 있는 것이다. 반면 독서를 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두뇌활동이 촉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의 하루 TV 시청시간은 약 3시간으로 1년이면 46일, 평균수명을 77세라고 할 때 평생에 걸쳐 10년을 TV 보는 데 소비한다. 이대로 TV 앞에 앉아 있는 게 현명한지 위기감을 가질 일이다.

▷그렇다고 TV와 단절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정보 사회에선 정보수집 능력이 곧 무기이고 재산이다. TV도 정보매체이므로 TV를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사용할 줄 아는 힘이 중요하다. 그래도 TV 끄기 운동은 의미 있다. TV 없이 살아보지 않는 한 TV가 어떤 존재인지를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혹시 TV를 치워 버린 다음 심심하다고 불평하지 마시라. ‘창조력은 지루함에서 시작된다’는 게 미국의 ‘TV 끄기 네트워크’가 던지는 충고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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